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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함께 한 첫 번째 여행

보나 파크 2022. 1. 2. 22:05

'결국 사람은 혼자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려다가,
('아무리 살을 맞대고 사랑의 말을 속삭여도' 를 덧붙여)
다음 문장으로 선회했다.

'사랑할수록 인간은 외로워진다.'

타인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이전에 보이지 않거나 신경쓰이지 않던 그 사람과 나의 차이가 세상의 양끝처럼 커다랗게 느껴지고 마치 그당연하고 사소한 것이 비극의 전조인양 불길하게 일렁인다.

아무것도 아닌 타인에겐 퍽이나 너그러우면서 사랑하는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토씨 하나에도 왜 그리 민감한지. 이해받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되려 불안의 불씨를 키우기도 한다. 쿨한척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게 한다. 실은 괜찮지가 않은 것이다. 지나온 인연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혹은 나와 닮았는지 따위의 것들은.

알고 싶으면서도 전혀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런 상상을 하는 스스로가 참 못났다 싶으면서도 퍽 이해도 된다. 과거의 망령들인줄 알면서도 그들과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까지 몽땅 다 합쳐 no.1이 되고 싶은 마음. 그런 유치찬란한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껏 진심을 애써 무시하기도 했다. 그치만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모두가 실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어리석고 어린 마음을 눌러내고, 30대의 사랑은 그런 풋내나는 사랑과는 다르다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지금 내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가 시종일관 나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환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 행운인 거라고.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원없이 거리를 걷고 잠들기 전까지 줄곧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된 거라고. 이 사랑이 언제까지 갈지, 과거의 사랑과 비교해서 얼마나 강력하고 끈끈한지와 같은 잡생각을 최대한 지워본다. 지금 내가 피부로 느끼는 온도와 감각만이 진짜라고 되뇌어본다.

체온보다 뜨겁고 중력보다 무거운 감각이 부드럽게 온몸을 짓누른다. 그리고 손 닿을만한 거리에, 아직 그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이. (외로움 또한 함께. 내일의 해가 뜰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