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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신경을 쓴다는 것

보나 파크 2018. 12. 28. 00:52

1. 

최근에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간들이 제발 눈치 좀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런 옷을 입으면 너무 튀어보일까?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스워보일까?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결국 지 좋으라고 보는 눈치다. 

내가 말하고 싶은 '눈치'는 내 기분만큼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배려'다.

그런 의미에서의 눈치 보기는 위로는 잘 발동하는데, 아래로는 늘 젬병이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


작년 법조계에서부터 미투가 터졌을 때 들었던 말과도 맥이 닿는다.

- 취해서 그랬다고? 그 자식들, 부장검사라면 그림자도 밟지 않아.


아랫사람, 편한 사람, 모르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도 신경쓰는 젠틀함이 필요하다. 

나도, 너도.


2. 

확실히 요즘의 나는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입사하고 첫번째 달과는 굉장히 다르다. 고작 서너달 다녔을 뿐인데, 1년은 지난 것 같이 피곤하다.

신경을 너무 써서 눈밑으로 다크서클이 자꾸 내려오는 걸까.


이번 달 초에는 점심 시간에 뭘 먹기만하면 배가 아팠다.

아픈데도 티를 내고 싶지가 않아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바보같다.

기분이 나쁜 데도 그냥 웃어버리는 것처럼.


요즘의 나는 스스로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야길 실컷 하다가도 마치 스파이나 된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방송가가 소문이 빠르다고 한다. 이미 퇴사한 선배가 나의 입사부터 어떻게 평판이 돌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움이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확실히 아니다. 


3. 

내가 타인을 신경쓰는만큼 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이 있다.

한때는 나 좀 신경써 달라고 떼도 쓰고 실컷 울어도 봤다.

이젠 잘 모르겠다. 신경이 부탁하고 우겨서 써지는 거면 

이 세상 모든 러브스토리가 악다구니로 가득 찰 것이다.


신경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확실히 인생은 신의 장난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