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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日常

나는 일상의 편린을 사랑한다.

갑자기 뜬 시간에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일, 맡은 바를 충실히 해 놓고 잠시 짬을 내 산책을 하는 일 따위를 뉴욕 소호의 거릴 걸으며 원하는 물건을 거리낌 없이 사는 것 만큼이나 좋아한다는 말이다.

후자는 자주 할 수 없어 특별하지만, 실은 전자가 더 알찬 만족감을 준다. 나 실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하루하루를 건실하게 살아내는 어른이라는 것이 주는 포근한 안도감.

그러나 사랑의 시작은 그것과 다르다. 일상의 자질구레함을 훌쩍 뛰어넘는 독특한 감각과 어마한 일렁임. 감히 선택할 수도 재고 따질 수도 없는 그것은, 일상이 아닌 특별한 사건으로부터 온다. 나와 닮거나 혹은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주는 묘한 동질감. 아니면 너무도 다른 것이 주는 참을 수 없는 이끌림. 목소릴 듣지 않고는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철없는 불안 같은 게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편안하고 다정한 것 말고. 눈에서 눈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사슬 같은 것이, 최근 몇년 간 안타깝게도 없거나 너무 희미해서 과연 이번 생에 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수채화처럼 스며들어 온몸을 흠뻑 적시는 그런 마음도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나같이 제멋대로인 사람이 그정도의 에너지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계절과 상황은 계속 로맨스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가고있는데, 내 마음만은 허공위를 맴맴 돈다. 과연 하나의 곡에서 발췌한 올 겨울의 테마가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늘에서 빙빙 관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