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정신없이 하루 반이 지났다.
이틀만에 온 자가 치료 키트에는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체온계, 종합감기약, 타이레놀, 소독제 2종, 그리고
(이건 좀 특이했지만) 맥박과 산소포화농도를 재는 기기만이 딸랑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 난리를 떨고 온 키트가 겨우 이거라니. 허나 미흡한 대처는 비단 보건당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확진자가 한두명 씩 나오는 순간부터 업무를 스톱했으면 더 크게 번지는 걸 조금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단 아쉬움이 들었다.
뒤늦은 대처는 늘 필요없는 비용과 희생을 낳기 마련이다.
한편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다는 게 일찍이 밝혀졌음에도 우리 중에 생각보다 병의 정도가 심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일단 나의 (아직까지는) 경미한 증상과 보건소의 안일한 대처를 보면, 솔직히 이정도로 호들갑을 떨 병인가 싶긴하다.
창궐 초기의 온갖 마녀사냥과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규범들의 강제 같은 것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개개인의 온도차와 대다수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여전히 찝찝하다.
여야 모두 코로나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단(약용이라고 까진 하지 않겠다. 누군가는 또 이 사안에 누구보다 진심일테니.)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들은 늘 그래왔겠지만.
힘 있는 나라에서도 많이 걸려서 오히려 코로나보다 치명률이 더 큰 바이러스들보다 먼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 할 지라도, 변이가 나올 때마다 마치 세상이 멸종할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지금 내가 걸린 게 오미크론 변이라면, 기저질환이 없는 한 죽을 병도 아니고 단지 평범한 목감기처럼 지나가는 병일 뿐이다.
다만 전염성이 훨씬 강한.
연일 확진자 수를 보도해대고 방역 정책이 잘못됐니 잘됐니 시끄럽게 싸워대는 것에 비하면,
지금 내 방은 지나치리만큼 고요하고 평화롭다.
덕분에 과로사 직전의 스케줄에서 구출당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 하나로 일상이 스톱되어야 하는 현실은 어쩐지 불합리하다.
어쩌면 어느 웹툰 속 대사처럼 코로나가 아니라 불황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을지도.
몇달 전 본 KBS 청년 고독사 다큐가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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