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고 집정리를 하다보니 어느덧 한시가 또 넘었다.
요새는 한 두시가 넘기는 예사다.
오늘은 또 회사에서 예산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어이가 없었던 건, 내가 원해서 합류하게 된 것이 아닌데
문예료의 절반을 나에게 청구했다는 점이었다.
바로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일단 두기로 했다.
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면, 그때 이의를 제기하면 되니까.
책임감과 회피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성공하고 싶은,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우위를 차지하는지,
어찌저찌 잘 버티고 있다.
나를 잘 따라주고 지지해주는 팀원들도 있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 것 아닌가?
어느 유튜버가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100일간 하루에 200번 씩 쓰라고 하길래
‘두 달안에 조회수 500만 회 달성’이라 쓰려다가 말았다.
그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일까?
이 일에서 성공하는 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물론 실패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진짜 나의 꿈은 최대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거다.
압박감이 가득한 채로 부자유스럽게 살고싶진 않다.
작년 가을, 프랑스로 출장을 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나서 작은 도시를 누볐다.
시간이 소중했고 또 아까웠기에.
그러면서도 조급히 굴지 않았다.
여행이 주는 풀어진 분위기 때문일까.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또 중력을 오롯이 느끼며 살고 있다.
온갖 책임감을 떠안으며 지낸다.
그래도 이번 일만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처음 본 나를 믿고, 나의 생각을 믿고 선뜻 출연을 결심해줬기에.
그녀의 커리어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의 팀원들.
특히 예림이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적어도 4회까지는 제작을 해보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4회까지만.
그러고 나면 이제는 더 안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정말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내가 잘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내년 여름까지, 나에게 유예 기간을 준다.
그 뒤로는 뒤돌아보지 않고 또 여행하듯 나아갈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