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소나기가 내렸다.
나는 7층에서 약 30분 가량 잠들랑 말랑 하고 있었는데,
비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옥상 오른편에는 오후의 햇빛이 비춰 황금빛 배경 위에
비 내리는 모양이 선명하게 보였고, 왼편은 푸르렀다.
마치 비가 아니라 맑은 날 공원에 흩뿌려지는 스프링쿨러 같았다.
잠시 가슴이 뻥 뚫린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이런 시원한 순간은
인생에 몇번 오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자 조금은 또 슬퍼졌다.
그때 덱스터 사람이 하나 올라왔고,
비가 서서히 그쳐갔다.
나는 그만 비 구경을 멈추고 아래로 내려갔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답답한 건
무늬만 노력해왔어서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만 주어진 특권일지도.
교착을 푸는 방법은
물러나거나 돌진하거나.
아니면 슬슬 핸들을 돌려보거나.
명쾌한 해답이 있던 시대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