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인생도 다 타이밍이라 했던가.
누군가의 머릿속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종이라도 울린다고 했건만,
또 누군가의 삶에는 종은 커녕, 일말의 실마리조차 없다.
앨리스의 토끼라도 깡충 눈앞을 지나가면 좋으련만.
종이 울리지 않고 토끼가 지나가지 않는 건,
역설적으로 인생에 그 무엇도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정적인 순간 같은 건 다 차후에 붙은 해석이고,
이 순간은 그저 그 어떤 순간과도 똑같은 순간일 뿐이다.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한 인간의 성질이랄까 품격이 결정되는 거라면
나는 이 순간을 주사위의 순간이라 부르겠다.
그리고 랜덤인 이 순간을 즐기는 자가 되어 보겠다.
그래서 결국은 타이밍도 해석하기 나름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비가 온다고 해서 나가지 않고 가만 있으면
반드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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