幸福錄 썸네일형 리스트형 006.마지막 가편 이번 시즌의 마지막 가편이 거의 끝나간다... 처음에는 기대했고, 중간 쯤엔 미워도 했으며 막판으로 치달을 때는 이것 때문에 이 일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실망스러웠던 프로젝트인데 마지막에 와서야 조금 배운 것 같다. 어떻게든 해내야지란 말이 우악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것밖에는 정답이 없다. 다른 건 오답일 확률이 있지만 해내는 것에는 오답이 없다. 해내고 나면 무엇이든 남는다. 교훈이든 스킬이든 용기든. 그리고 거의 끝날쯤 되서야 출연자 M과 C의 팬이 되어 버린 사실도 재밌다 (MC 아님 ㅎㅎ) 시니컬한 것 보단 우악스러운 게 낫다. 그러나 그것보단 부드럽게 강한 게 최고다. 내공이 강한 사람부터 되야지. 우선 월요일이 지나면 건강부터 다시 챙기기. 더보기 005.끌어올리기 출근하면서 부석순의 'Fighting'을 들었다. 다짜고짜 파이팅! 을 외치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뒤에 작게 "해야지..."가 붙은 힘 안나는 사람을 위해 만든 노래 같았다. 에.에.올.의 주인공 세팅처럼 내가 나의 모든 가능성 중 가장 낮은 레벨이면 어쩌지? 하는 확인할 수 없는 불안감이 절로 들만큼 우울한 날씨에, 처지지 않기 위해 신나는 노래를 일부러 틀고 들어올려지지 않는 다리를 끌어올려 억지로 필라테스링사이로 끼워낸다. 어제의 작고 소중한 기억 한줌을 안은 채로. 기분과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 올려 효율적으로 일하고 집에 얼른 가야지. (오늘도 파이팅!) 더보기 004. 편집실로 복귀 짧은 휴식 이후 다시 편집실로 복귀했다. 휴식 전까지의 일과 나의 관계는 그닥 좋지 못했는데, 이 이야기를 굳이 행복록에 왜 적느냐하면 업을 옮기기로 결심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한달 반 정도는 더 이 일을 해내야만 하기 때문에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게 일하겠단 다짐인 것이다. 솔직히 너무 오기가 싫어서 아침부터 일어나기 싫은 나와 사투를 벌였다. 3분, 5분, 15분 단위로 자잘하게 알람을 맞춰놓고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벌떡 일어나 차를 끓였다. 변명을 하자면 어제 저녁 먹은 갈비 때문에 속이 좋지 않았고 잠을 설치기도 했다. 요기 티 중 'stomachache' 티백을 하나 뜨거운 물 위에 띄워놓고 자소서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자소서는 참 미묘하다. 솔직히 일.. 더보기 003. 늦은 아침, 잠결에 불어오는 바람 사랑이란 깊고 심오한 것, 벅차올라 한시도 가만있을 수 없는 강한 감정이라 생각해왔다. 누군가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영혼의 울림을 느낀다고도 하고, 실제로 귓가에 종이 울렸다고도 하고. 그런 감각들이 허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도 그렇다고 느낀 적이 한두번은 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강렬했던 사랑들은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갔고 (내가 떠나보낸 건지, 알아서 떠나간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더러는 오래도록, 또 지금껏 서로를 기억하곤 했지만 요새 문득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은 강렬한 것과는 꽤 거리가 있다. 이를테면, 늦은 시간 퇴근하고 돌아와 굳이 도어락을 누르지 않고 벨을 눌렀을 때 몇초 뒤에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곤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라든지. 일찍 혹은 늦게 일터를 나간 사.. 더보기 002. 짧은 점심식사 점심 시간은 늘 짧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점심은 특히 더 짧게 느껴진다.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 이후로 따로 점심을 먹으라는 전갈이 있고, (그 이전부터 이미 따로 먹고는 있었지만) 누구와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동기가 다른 일이 있어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언제나 흔쾌히 (등산 가자는 거만 빼고) 내가 하자고 하는 건 좋다고 얘기해줘서 좋다. 오늘도 그래서 급 같이 먹게 된 점심. 사실 뭘 먹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오래 먹을 수 있는지도 그닥. 짧게라도 얼굴을 보러가는, 만나서 후루룩 지나가버리는 순간순간과 시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고싶은 얼굴이 서로라는 게 중요한 거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우리의 짧은 식사는 그래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왕복 30분 넘게 걸어서 단.. 더보기 001.많이 언젠가 네가 아마도 우리가 사귀기도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면 너무 성급해 보일까 그랬을까.) 나를 내려다보며 '많이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많이 많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한번만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만큼의 마음으로 과연 사랑의 언어를 써도 되는 걸까, 망설이던 나에게 '나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 그 순간 행복이란 감정이 어둠 속에서 웅크린 몸을 털고 살짝 깨어난 것 같았다. 꽤 오랜만에. 더보기 000.행복에 대하여 나는 이따금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그 실체도 없고 오래가지 않는, 찰나의 감각에 대해. 그럴 때면, 나는 마치 결코 완성할 수 없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처럼 눈앞이 아득해지고 만다. 밀어올리고 올려도 끝내 채울 수 없는 행복이란 것. 그렇게 보면 행복이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또 기억하는 것이다. 가슴 속에 따듯한 것이 스물스물 차올랐던 감각과 마음이 솜사탕처럼 몽글해졌던 기억,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느꼈던 찰나의 순간을. 그것은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또렷한 감각이었고, 그 순간 나는 태어나길 잘했다(그러든가 말든가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는 확실한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순간들에 대해, 나는 구체적으로 약간의 감상을 보태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