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深淵 심연에서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신 뿐이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더보기 002. 짧은 점심식사 점심 시간은 늘 짧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점심은 특히 더 짧게 느껴진다.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 이후로 따로 점심을 먹으라는 전갈이 있고, (그 이전부터 이미 따로 먹고는 있었지만) 누구와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동기가 다른 일이 있어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언제나 흔쾌히 (등산 가자는 거만 빼고) 내가 하자고 하는 건 좋다고 얘기해줘서 좋다. 오늘도 그래서 급 같이 먹게 된 점심. 사실 뭘 먹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오래 먹을 수 있는지도 그닥. 짧게라도 얼굴을 보러가는, 만나서 후루룩 지나가버리는 순간순간과 시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고싶은 얼굴이 서로라는 게 중요한 거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우리의 짧은 식사는 그래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왕복 30분 넘게 걸어서 단.. 더보기 001.많이 언젠가 네가 아마도 우리가 사귀기도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면 너무 성급해 보일까 그랬을까.) 나를 내려다보며 '많이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많이 많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한번만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만큼의 마음으로 과연 사랑의 언어를 써도 되는 걸까, 망설이던 나에게 '나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어. 그 순간 행복이란 감정이 어둠 속에서 웅크린 몸을 털고 살짝 깨어난 것 같았다. 꽤 오랜만에. 더보기 000.다니다, 돌아오다 20대의 대부분을 혼자 돌아다녔다. 물론 동행인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즉흥적으로, 혹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나는 혼자 다니기를 택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 25일 간의 유럽여행과 3주 간의 미국 동서부 여행은 꽤나 스케일이 큰 편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기준으로) 마지막으로 간 해외 여행에서 나는, '아 다음 번엔 누군가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선명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외로움이었을지도. 천사들의 도시라는 로스 앤젤러스 베니스 비치에 혼자 앉아 야자수 사이로 비친 반짝이는 물결들을 바라보며, 스케이트 보드며 롤러 스케이트를 멋들어지게 타는 반라의 청춘들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이 멋진 광경에 대해 언젠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것은 함께 한 마지막 여행의.. 더보기 000.행복에 대하여 나는 이따금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그 실체도 없고 오래가지 않는, 찰나의 감각에 대해. 그럴 때면, 나는 마치 결코 완성할 수 없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처럼 눈앞이 아득해지고 만다. 밀어올리고 올려도 끝내 채울 수 없는 행복이란 것. 그렇게 보면 행복이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또 기억하는 것이다. 가슴 속에 따듯한 것이 스물스물 차올랐던 감각과 마음이 솜사탕처럼 몽글해졌던 기억,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느꼈던 찰나의 순간을. 그것은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또렷한 감각이었고, 그 순간 나는 태어나길 잘했다(그러든가 말든가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는 확실한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순간들에 대해, 나는 구체적으로 약간의 감상을 보태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더보기 107. 확진 엊그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정신없이 하루 반이 지났다. 이틀만에 온 자가 치료 키트에는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체온계, 종합감기약, 타이레놀, 소독제 2종, 그리고 (이건 좀 특이했지만) 맥박과 산소포화농도를 재는 기기만이 딸랑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 난리를 떨고 온 키트가 겨우 이거라니. 허나 미흡한 대처는 비단 보건당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확진자가 한두명 씩 나오는 순간부터 업무를 스톱했으면 더 크게 번지는 걸 조금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단 아쉬움이 들었다. 뒤늦은 대처는 늘 필요없는 비용과 희생을 낳기 마련이다. 한편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다는 게 일찍이 밝혀졌음에도 우리 중에 생각보다 병의 정도가 심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일단 나의 (아직까지는) 경미한 증상과 보건소의 .. 더보기 번외.좋아하는 마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105. 못난 권력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4 다음